음악 이야기

[스크랩] 음악으로 병을 치료한다....

freeman1 2015. 5. 29. 16:17

근래에 음악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회적 관심 속에서 음악치료가 여러 사람들에게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때로는 음악치료와 아무 상관없는 일들이 음악치료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 부응하여 음악치료에 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 무엇이 진정한 음악치료인지 본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음악치료의 정의

 '음악과 치료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결합에 의해 생긴 음악치료는 음악을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학문이다. 사람들은 '음악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으로 쉽게 음악치료를 정의하지만, 어떤 음악을 누구를 위하여 무슨 치료에 어떻게 사용한다는 것인지 조금 더 깊히 생각하면 그 이해가 쉽지 않다. 음악이 갖는 다양성과 '치료라는 말이 포함하는 대상과 영역의 다양성 때문에 음악치료는 그 정의가 쉽지 않은 것이다.

 부르샤(Brucia)는 음악치료를 훈련된 치료사가 개입하여 음악적 경험과 치료적 관계를 통해 환자를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체계적인 치료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음악치료에 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부르샤의 정의를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이 정의가 음악치료를 설명하는데 꼭 필요한 중요 요소를 표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1.치료사의 개입 (Therapists Intervention)

  많은 사람들이 음악치료를 생각할 때 음악과 환자와의 관계만 고려한다. 정서가 불안한 사람이 안정된 느낌이 강한 특정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이 편해진다는 설명으로 음악과 증상의 일대일 대응을 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경우 음악이 치료적 목적(Therapeutic music)으로 사용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음악치료(Music Therapy)라 부를 수는 없다. 음악치료는 음악을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치료사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2.치료 (Therapy)

 치료는 환자의 전반적 건강상태가 부조화에서 조화로운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증상의 완화 내지는 환자의 행동의 수정 및 변화를 말하며 일반의학에서 말하는 치료처럼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음악치료의 대상과 그 목표가 특정 병의 유무가 아니라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상태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치료를 이야기할 때 음악교육과 음악을 통한 레크리에이션에 관한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음악치료와 음악교육은 음악을 사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 목표가 확실히 다르다. 음악교육은 음악적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며 음악치료는 음악을 통하여 음악 외적인 정신적, 사회적, 신체적 생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환자의 음악적 연주 능력이나 음악적 지식은 음악치료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또 음악치료를 통해 환자의 연주 능력이 반드시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반면 환자는 음악치료를 통해 자아감의 고취를 경험하거나 감정의 인식 및 표현 능력의 향상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음악교육의 상황에서는 만족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또한 레크리에이션도 음악치료와는 다르다. 음악은 본질상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음악치료는 음악을 즐기는 것 이상의 치료 목표와 치료 행위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음악활동을 이용한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치료 목표를 달성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는 음악치료의 여러 단계가운데 하위 단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치료는 환자의 여가선용이나 입원 병동의 시간표를 위한 레크리에이션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3.음악활동과 치료적 관계

 음악치료에는 다양한 음악활동이 사용된다. 많은 경우 음악을 듣는 것을 음악치료의 주된 형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 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노래 부르는 것, 악기 연주, 작곡, 노래 쓰기 등의 많은 음악활동이 사용되어 진다. 또한 음악과 관련된 여러 활동도 사용되어 음악을 듣고 토론하는 것과 음악을 들으며 신체 이완을 하는 것 또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는 것도 음악치료에 포함된다. 이런 활동들은 아무 기준없이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진단에 따른 상세한 치료 계획안에서 환자의 치료적 필요에 따라 사용된다.
 음악치료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은 치료사와 환자 사이에 형성되는 치료적 관계가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치료사의 존재는 음악치료의 도구로 사용된다. 음악활동과 치료사와의 관계가 바로 음악치료의 주요 매개체인 것이다.

-4.체계적인 과정

 음악치료는 구체적인 목표를 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계속되는 과정이지 한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일회적 치료행위가 아니다. 음악치료는 체계적인 과정이다. 치료사는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그를 진단 (Assessment)하고 그 결과에 따라 치료목표 (Therapeutic Goals and Objectives) 를 설정한다. 그리고 그 치료목표에 따라 구체적 치료계획 (Session Plan) 을 짜고 치료에 임하게 된다. 음악치료에 관한 흔한 오해는 특정 질병에 특정 음악이 효과적이라는 일대일 관계성을 만드는 것이다. 이 관계성은 환자 개인의 성향과 기호가 고려되지 않았기에 치료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 되지도 않기에 사실 관계성이 성립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체계적 과정이 아닌 일회적 처방이라는 점에서 음악치료라 말 할 수 없다


 음악치료의 역사적 배경

 음악은 인류문명의 시작 이래로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고대 주술사들이 소리와 음률 및 주술을 사용하여 환자들을 치료하고자 했던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음악치료에 관한 가장 오래된 문헌적 기록은 성서에 있다. 구약의 목동 다윗이 사울왕의 질병을 위해 하프를 연주할 때 악신이 떠나고 제정신이 들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예들은 당시 사람들의 음악을 이용한 치료에 관한 인식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이 치료적 목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다 하더라도 과학적 연구와 관찰을 통해 전문적 영역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불과 수 십년 전의 일이다.
 세계 제 2차 대전의 발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통한 심신의 상처를 입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많은 부상 군인들이 정신적 충격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이 환자들을 돕기위해 음악인들이 병원에서 음악을 연주하게 되었다. 환자들의 음악적 경험은 의료진이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 결과을 양산하게 되어 음악의 치료적 효과가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후 음악을 치료적 목적으로 체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에 대한 사회적 필요가 대두되면서 음악치료사를 양성하는 학교가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에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1950년에 전미국 음악치료협회 (National Association for Music Therapy: NAMT) 가 결성되어 음악치료사의 학위 취득을 위한 기본 교육과정과 훈련과정에 관한 기준을 제정하게 되었다. 현재는 음악치료에 대한 이념과 훈련과정에 대한 이견으로 다르게 결성된 또 다른 미국음악치료협회 (Americal Association for Music Therapy: AAMT) 와 통합되어 다가올 2000년대의 음악치료의 발전을 기약하고 있다.
 미국에는 현재 3000여명의 음악치료사들이 많은 보건 관련 기관에서 일하고 있고 그 영역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미국외에도 독일, 영국, 벨기에, 호주, 캐나다 등의 선진국에서 음악치료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고, 최근에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남미의 많은 나라들도 음악치료에 관해 조금씩 인식하고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음악치료의 이론적 근거

 여러 형태의 음악 활동은 사람의 행동과 심리상태에 여러가지 반응을 일으킨다. 박자가 일정하고 리듬이 강한 음악은 춤을 추고 싶게 만들고, 부드러운 멜로디의 느린 서정적 음악은 평화롭고 목가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합창을 할 때 음악은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이렇듯 음악은 인간의 생리적 (Physiological), 심리적 (Psycological), 사회적 (Social) 반응을 유발시킨다. 바로 이점이 음악치료의 이론적 근거를 형성한다.

-1.생리적 반응

 음악이 인간의 신체에 직접적인 반응을 일으킨다는 연구는 지난 수십년간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면 음악이 혈압, 심장 박동, 호흡수, 뇌파, 피부 반응 (Galvanic Skin Response)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때로는 숫자상 통계적인 관심을 끌만큼 크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음악이 신체적 반응을 야기시킨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최근에는 음악감상과 신체 이완법이 인간의 면역체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미국의 템플 (Temple) 대학의 딜레오 머란토(Dileo Maranto) 교수팀에 의해 밝혀졌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음악치료가 암환자의 면역증가요법의 하나로 사용되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음악은 진통중의 환자의 주의를 통증이라는 부정적 자극으로부터 음악과 연상을 이용한 긍정적 자극으로 이끌어 내어 통증을 경감시킨다. 음악이 일으키는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분만시 산모의 통증의 조절, 암환자의 면역증가, 기타 안정이 필요한 환자의 신체적 이완 등에 음악치료의 적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2.심리적 반응

 음악이 인간의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음악심리학에서 특정 음악과 정서적 반응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 졌는데, 음악 자체가 특정 정서를 유발하기 보다는 음악을 듣는 사람의 과거 경험과 문화적 배경, 기호와 음악 교육 등이 음악을 들을때의 정서적 반응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Radocy and Boyle). 그러나 리듬, 화성, 선율등의 음악의 요소와 화성적 구조 등이 음악을 듣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갖게되는 음악적 의미를 어느정도 결정한다. 음악의 성격은 크게 흥분을 지향하는 음악과 안정을 지향하는 음악으로 나눌 수 있다 흥분을 지향하는 음악은 빠른 빠르기, 강한 박자, 음악적 구조의 급작스런 변화 등의 성격을 포함하고, 안정을 지향하는 음악은 이와 반대되는 성격을 갖는다. 그러므로 흥분을 지향하는 음악은 노인성 치매 환자를 위한 음악치료에서 신체적 자극과 움직임을 유도할 때 사용할 수 있고, 안정을 지향하는 음악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신체적 이완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 암환자의 통증관리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사용되는 음악은 환자의 기호와 개인적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택하여야 한다.

-3.사회적 반응

 박실 (Boxille)은 음악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자연스러운 의사소통과 자기표현 수단이라 했다. 언어의 사용능력이 제한된 환자라도 치료사와 함께 연주하면서 분노나 기쁨과 같은 자신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 감정은 음악을 통해 치료사에게 전달되고 치료사의 음악적 지지는 환자에게 감정적 지지로 인식된다.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자페아동도 음악적으로 치료사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음악적 관계는 사회적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음악은 언어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무의식의 잠재된 내면의 문제들을 음악속으로 표현하게 돕는다. 음악적 표현은 새로운 자아 인식으로 연결되고, 자아 인식과 연결된 자기 표현은 정신치료 집단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교류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음악치료가 정신과 환자들의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치료의 대상

 음악치료는 언어치료와 같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하나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방법위주의 치료 (Method Oriented Therapy) 이다. 그러므로 음악치료는 다양한 치료 대상을 갖고 대상에 따라 다른 치료의 목표를 갖는다.
 음악치료는 거의 모든 형태의 장애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심지어는 특별한 장애가 없는 정상인도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GIM (Guided Imagery and Music) 이라는 음악치료의 한 방법을 경험할 수 있다. GIM 이란 치료사가 환자를 편안한 상태에서 녹음된 클래식 음악을 듣게 이끌고 그 상태에서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인 이미지들을 창출하게 돕는 것을 말한다. 환자는 음악과 함께 하는 무의식의 여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인식하며 나아가서는 그 문제들에 관한 통찰력을 갖게 된다. GIM은 정상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음악치료의 한 방법이다.
 미국의 경우 음악치료는 정신질환자들에게 가장 먼저 사용되었고 이어서 정서장애, 학습장애, 정신지체, 신체장애, 감각장애, 발달장애 환자들에게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또한 노인성 질환자와 치매환자들도 음악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근래에는 신체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통증의 경감과 면역 증강 또 병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들의 해결과 심리적 지지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음악치료는 여러가지 심리학적 이론을 배경으로 갖는다. 아동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음악치료는 행동주의 (Behavioralism)의 영향을 받아 문제 행동의 수정을 치료의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인 정신과 환자는 많은 경우 정신 분석 (Psycho Analysis)이나 인지치료 (Cognitive Therapy) 이론을 바탕으로 음악 심리치료 (Music Psychotherapy)를 경험하게 된다. 이 경우 음악치료의 목표는 음악치료를 통해 환자가 내면의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경험하는 자신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새로운 삶을 위한 통찰력을 얻게 하는 것이다. 음악치료는 이렇게 다양한 대상을 위해 사용되고, 대상에 따라 다른 치료목표를 갖으며, 음악치료사는 목표에 따라 다른 형태의 음악 경험을 제시한다.


 결 론

 음악치료는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학문이다. 상이한 두 개념의 결합으로 인해 형성된 학문이고 그 성격상 다양한 치료 대상과 다양한 형태의 치료 모델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음악치료는 치료사가 개입하여 음악활동과 치료사와의 관계를 통해 환자를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치료 과정이며, 이 과정을 통하여 환자의 정신적, 사회적, 신체적 변화를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인간의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반응을 유발하고 그런 반응은 치료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 음악치료의 대상은 아동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별로 다양하며 많은 장애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되어온 음악이 이제는 음악치료라는 새로운 전문 치료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증 정신지체 사례

여기에 소개할 음악 치료의 사례는 중증 정신 지체의 경우이다. 왜냐하면 중증의 정신
지체집단은 중복장애의 경우가 많고, 실제로 이들은 단순히 정신 지체로 인한 언어발달의
장애만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하고 적절한 자극의 수용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마치
사회성마저도 결여된 듯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흔히 '자폐증(전반 발달 장애)'과 혼돈 되기도 한다.
많은 보호자들이 아동의 장애를 발견하는 것은 첫돌이 지난 후부터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건강한 아이들은 이때부터 언어 발달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현대 인간들의 의사 소통
수단이 '언어'이기 때문에 이런 언어발달의 지체는 가장 두드러지게 들어 난다. 언어의
발달은 인간이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지는데, 그 전 단계로 유아들은 누워서, 다음엔 기면서 오감(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통해 외부의 다양한 자극들을 수용한다.
이러한 수용을 통해 언어 발달을 위한 에너지를 축척하고, 급기야 두 발로 서서 걸으며 혹은 뛰며 좀더 적극적인 환경의 수용과 표현이 이루어진다. 이런 외부 환경에 의한 자극은 인간 발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신 지체아에게 있어서 그 원인이 어떤 경우이든 간에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외부자극을 수용하고 표현하는 감각 기관의 발달이 지체의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정상 아동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 좀더 넓은 범위에서의 소리- 을 통한 정신 지체아의 치료는 이러한 둔화된 감각 기관을 자극하여 뇌의 기능인 '지각'하고 '인지'하는 능력을 높여 주는 데 있다.

태경이는 1996년 부모님과 함께 내담한 후 1996년 9월 17일부터 현재(1998.2)까지 두 달간의 휴가 기간을 제외한 모든 기간 동안 주2회 30분씩 음악 치료를 받아오고 있다.
1996년 첫 내담시 부모가 생각하는 태경이의 문제점은, 무엇에든 떼를 쓰고, 무엇이든 입에 넣고, 손가락을 빠는 행동이라고 하였다. 언어적 이해도 는 '일어서' '누워'정도라고 했으며, 당시 태경이는 거의 언어적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당시 생후 26개월부터(1년 2개월 동안) 조기교육을 그룹과 개별의 방식으로 각각 주 3회씩 받아오고 있었지만, 태경이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첫번째 상담 시간 내내 태경이는 전혀 주시하지 못하는 맥없는 눈빛으로 부모님과 상담하는 한시간 동안 처음 앉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전혀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고 관계형성을 하지 못하였고, 얼굴에선 아무런 표정이나 느낌을 읽을 수 없었다. 간지럼에 대한 반응도 전혀 없었으며, 접촉을 무척 싫어하여 칭얼댔고, 그 당시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태경이가 콧물을 계속 흘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닦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 물었더니, 태경이가 닦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한번 시도해 보았더니, 전혀 코를 닦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피하거나 손을 밀치며 심하게 울며 저항했다.당시 태경이의 버릇은 손을 흔들거나 눈을 옆으로 흘기며, 가끔 소리도 내며 공간을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음악 치료 세션에서 두드러진 점은 사물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걸어다니면서 물건이 발에 걸릴 때마다 넘어지는 것이었다.
내게 보여지는 태경이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신의 감각기관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로 만드는 것이었다. 태경이는 코를 닦는 것을 자신이 싫다고 느껴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 지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여졌고, 걸으면서 감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는 모든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행동도, 바로 태경이의 감각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목하는 데에서 발생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의 원인은 자폐증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여졌다. 처음 태경이는 자폐 성향이 두드러 지는 아이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치료가 거듭됨에 따라 태경이는 중도의 정신 지체로 의심이 되었다.

일단, 음악 치료의 목표는 소리를 통해 태경이의 3가지 감각기능(청각, 촉각, 시각)을 극해, 태경이의 반응을 관찰하며, 깨어나는 감각을 통해 환경을 지각하고, 모방하게 하며, 나아가 인지할 수 있는 아이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감각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던 태경이에게는 교육에 앞서 감각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치료의 목표로 생각되었다. 그래야만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환경을 받아들여 태경이의 뇌를 '생각하는 뇌'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태경이는 다양한 소재의 악기 소리와 노래 소리, 그리고 치료사의 움직임을 통해 점차 감각의 기능을 찾아가고 있다. 즉, 음악의 리듬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하며, 악기에 대한 반응을 보이고, 모방을 하기 시작하여, 악기 연주에도 참여하고, 감각적으로 간지럼에 대한 느낌이 전혀 없던 태경이는 최근 들어 간지럼을 의식적으로 즐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태경이의 눈빛이 환경을 지각하고 감각기능이 살아남과 비례하여 점차 생기를 찾아가, 현재 예전의 그런 흐릿하고 초점 없던 눈빛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과거 문제행동의 빈도도 점차 줄어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지각하는 환경에 대해서는 환한 미소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반응하여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는 점이 여느 다른 전형적인 자폐와의
차이점이라 생각된다.
즉, 태경이를 본인이 자폐에 앞서 중증 정신지체로 인식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지각이 이루어진 상태에서는 그 범위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아이라는 사실이 치료사에게 큰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태경이의 발전은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증 정신 지체의 경우 단순히 지적인 수준만이 지체된 것이 아니라, 그로인해 감각기관의 발달도 지체되어, 언어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발달영역에서의 지체를 동반하기에, 교육의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 즉 특수 교육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채 모자라는감각기관을 가지고, 교육을 수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중증 정신 지체아에게 있어서 음악 치료의 의미는 '심리 치료'의 의미 이전에 '효율적인 자극'으로서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좀더 자세히 '효율적인 자극'의 의미를 살펴보자. 흔히 음악을
통한 치료가 청각을 자극하는 치료로 여겨지기 쉽다. '청각'이라는 감각기관은 다른 어떤 감각 기관보다도 섬세하게 환경을 수용하고, 이렇게 수용된 외부의 자극은 전기 에너지로 바뀌어 뇌로 전달되는데, 이때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은 다른 감각기관을 통한 자극에 비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음악 치료의 장에서는 이렇게 청각뿐 아니라 소리의 원천인 악기들을 통한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고, 또한 악기를 만지거나 연주를 하며 사용되는 촉각을 통해 지체 아동에게 외부 환경의 자극을 극대화하여 그 효율을 높인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증 정신 지체아의 음악 치료는 발달이 지체되는 감각기관을 활성화하여 특수 교육을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다 높여줄 뿐 아니라, 언어를 시작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사회속의 관계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보여진다.

 자폐아동의 사례

자폐아동 사례
정수(가명)는 만 3년째, 일주일에 2번씩 음악치료실에 온다.
3년이란 기간동안 정수가 아파서 음악치료실에 오지 못한 적은 한번도 없다.
보통은 일주일에 2회 개별치료를 받지만, 정수와 어울리는 좋은 파트너가 생기면 주1회씩 소집단 음악 치료도 받는다. 1년 전 2살 아래인 자폐 아이와 함께 집단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짝꿍인 그 아이의 상태가 월등히 좋아져서 그룹을 해체했었는데, 요즈음에 다시 새로운친구가 생겨 2명이 소집단 음악치료를 받고 있다.
1994년 가을 "음악 치료와 자폐증" 에 대하여 임상예술학회를 통해 발표한 적이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한 여자 분이 내게로 와서 치료실의 전화번호를 묻고 가 버렸다. 다음달 그 여자는 자신이 일반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자폐 아동을 둔 엄마라며 상담 예약을 했다.
아들과 함께 상담 온 그 엄마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고,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아이는 불안이고조에 달아,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치료실의 여기저기를 훌쩍 훌쩍 뛰며 다녔다가 눈을 자주 깜박 깜박대며 진정하는 듯 했고, "여기가 어디야, 여기가 어디야?"하며 계속 같은 질문으 엄마에게 해댔다. 그 아이는 눈, 코, 입 어느 한 곳도 빠지지 않는 수려한 인물에 나이에 비해 성숙된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눈빛은 먼 허공을 응시하는 듯 멀게만 느껴졌고, 물론 눈맞춤은 엄마의 지시에 의해 억지로 짧게 스치는 정도였다. 학교에서는 거의 매일 울며 소리를 질러 자폐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담임 선생님은 이 아이를 무척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위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누나가 있는데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힘겨울때마다 고학년의 누나를 불러들여 그 누나를 곤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그러니 그 누나에게 동생에 대한 피해의식이 생겨나 점차 동생을 적대시했다. 이것이 정수와의 첫 만남이었다.

우리는 흔히 자폐 아동들이 괴성을 지르며 울어대거나, 남을 갑작스럽게 해하거나, 자신의 머리를 위험한 모서리나 바닥에 부딪치며 자해하는 경우를 흔히 대할 수 있다. 이것을 Panik(공황) 상황이라고 이해하는데, 이것은 새로운 환경(그 환경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간에)이나 자신이 생각지 않은 돌연한 변화에서, 그들에게 힘겨운 환경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표현 방법의 하나로 사용되어 진다. 이럴 때 아이들을 잘 위로하여 주고 원인을 초기에는 되도록 제거하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수도 학교에서 예고 없는 수업의 변화라든지 새 학기에 만나게되는 새 교실과 새 친구들 등 모든 것이 그에게는 견디기 힘든 변화들이었다.
정수는 자신이 힘겨울 때 주변사람의 귀를 물거나 때리고, 소리쳐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음악치료에 대한 정수엄마의 기대는 정서불안의 치유였다. 즉 새로운 환경에 대한 대처
능력의 향상과 심한 감정의 기복이 줄어들기를 바랬다. 나 또한 작은 변화에도 힘겨워하는 미숙한 "자아"를 갖은 그 아이가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고, 음악의 힘으로 그 아이의 힘겨움을 도와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짰다.
우선 변화를 싫어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항상 같은 시간에 음악 치료실을 방문케 했다. 될 수 있는 대로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시간변경은 절대 불가한 것으로 나 스스로와 약속했다. 매 시간 정수가 오면 하는 소리가 있었다. "화요일 목요일에 음악치료실에 와"하며 몇 번씩 반복하며 자신에게 새로운 환경이 된 음악치료에 대해 다짐이라도 하듯 이야기를 했다.
나는 시작을 알리는 "안녕"노래를 만들어 "라이어"라는 현악기에 맞추어 연주도 해주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정수는 그 노래를 몇 번만 듣고도 금방 따라 할 수 있게되었다. 그런데 그의 노래 소리는 무척 작은 소리였다. 그리고 "어린이 하프"라는 악기를 그에게 연주하게 하며 나는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내가 그의 손을 잡고 하프의 줄들을 쓰다듬으며 노래했고, 그후엔 정수 혼자 노래도 부르고 연주도 하게되었다.
정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그만 변화에도 힘겨워하는 전형적인 자폐의 과제인 미숙한 자아의 모습을 '음악'을 통해 키워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아'란 것이 우리가 눈으로 보며 그 크기를 재어보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아의 성장'을 운운하는 것이 비과학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자아의 모습을 환경에 대한 관계형성 능력으로 우리에게 표현한다. 음악은 정수에게 있어서 특별히 새로운 환경은 아니었으므로, 음악 안에 숨겨진 다양한 변화의 양식으로 정수에게 새로운 대인관계와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게 했다. 음악과 악기의 변화는 그때그때 정수의 능력에 따라 맞추어 나갔고, 요즈음에 이르러는 아무런 예상도 준비도 없이 이루어지는 '즉흥연주'도 정수에게 가능하게 되었다. 즉흥 연주는 아직 정수에게 편안한 단계가 아니어서(항상 새로운 음악 만들어 지기 때문에) 늘 즉흥 연주 안에서 정수에게 익숙한 음악으로 환원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음악적 접근의 성공으로 정수는 학교생활이나 집에서 많은 안정을 찾았고 급작스런 감정의 기복은 아주 드물게 나타나며, 왠만한 새로운 학습도 수행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수와의 음악 치료는 언제 끝이 날지 아직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폐의 완치는 불가능한 일이고, 정수가 힘들지 않게 사회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정수의 '자아'를 어디까지 성숙시키는 수 있는지 아직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수의 부모님과 나는 정수가 성숙되어 가는 과정을 확인하고 있고, 또 음악을 통해 얼마만큼 더 자폐의 벽을 허물 수 있을지 꾸준히 그를 음악으로 도와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자폐아동의 부모가 있다면, 혹시 음악 치료가 우리가 원하는 빠른 효과를
자폐라는 병에 갖어다 주지 못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치료적 접근이 그렇듯 이 치료의 효과는 그 장애의 정도와 환자의 능력 특히 인지 능력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전형적인 '자폐'가 아닌 경우, 즉 '반응성 애착 장애'같은 경우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만 한다면 완전히 장애를 이겨내기도 한다.
정수의 경우처럼 자폐와의 힘겨운 투병에 있어서 부모와 치료자와의 연대감과 신뢰감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고 치료자로서 '자폐 행동'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 아동을 사랑하는 마음 또한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음악과 함께 정수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어 정수 스스로는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항상 그의 곁에서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치료사로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1.감기탈출.mp3

 

2.당뇨예방.mp3

 

 

 


 

출처 : 위대봉님의 세상살기
글쓴이 : jack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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