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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녀 열정 '축축함' 과 '뜨거움'

freeman1 2007. 11. 19. 00:46

남녀 열정 '축축함' 과 '뜨거움'


[곽대희 완전한 사랑]

섹스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왠지 장마철처럼 축축하고 끈끈함을 연상한다.
그 때문인지 성 행동을 표현하는 은어 중에 이상하리만치 습윤(濕潤)과 관련된 수식어들이 많다.

개화기 초에 발표된 신소설에서 러브신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운우(雲雨)의 정(情)’이라고 하는 것이 곧 섹스를 의미한다는 것을 한문에 약한 지금 세대들은 아마 잘 모를 것이다.
같은 말을 일본에서는 ‘유장(濡場)’이라고 쓰고 ‘누레바’라고 읽는데 이것 역시 축축하게 젖은 장소라는 의미로 성 행위를 뜻한다.

섹스와 그 주체인 여성을 바다와 같은 거대한 물에 비유하기 때문에 남자의 구애 과정을 ‘푹 빠진다’로 표현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아마도 사람들이 피임 목적으로 사용하는 콘돔을 ‘레인 코트’라고 하는 것도 ‘여성=물’이라는 등식에서 파생되었을 것이다.
또한 성적으로 흥분하면 배설하는 여성의 배설물에 의한 습윤 현상의 엄청남을 두고 바다에 비유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와 동일한 표현 방식에 ‘뜨거움’이 있다.
사람들은 섹스의 흥분이 절정에 달했을 때 사정되는 정액이 뜨겁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체온보다 5~6도 낮은 온도니까 차갑다고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성학자 아들러는 온탕에서 여성이 음부를 씻으면 냉수로 씻을 때와는 달리 성욕이 신속하게 일어나는 특성이 있으므로 섹스에서 차가움보다 뜨거움을 우선 생각해야 된다고 지적하고, 이런 사고는 여성의 성기와 성 생리가 가진 열감에 그 기초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 풀이하면 흥분으로 음부 혈관에 생긴 충혈 현상으로 국소 온도의 상승이 있었던 것으로 추리된다.
그런 성적 특성 때문에 여성은 이부자리 속이 따뜻할 때 마스터베이션을 하지 추운 장소에서는 결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로 그런 사고에서 보면 남녀 간의 정욕을 열정, 사랑의 대화를 정담이라고 하는 것 속에는 여성이 가진 성적 특성, 즉 온열감이 내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에서도 오르가슴에 ‘hot go’란 말이 쓰이고 젊은이들이 즐겨 먹는 ‘hot dog’이란 음식이 발정기에 있는 개의 페니스에서 유래된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처럼 불(火)과 성욕의 관계에 대해서는 일찍이 정신분석학의 태두, 융이 『리비도의 변형과 상징』이라는 저서를 통해 ‘성적 흥분에 의한 정신적 충혈의 정서화’라고 설명한 바 있었다.
그 온열감과 습윤화를 제외하고 또 한 가지 성기나 성 행위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비좁고 어두컴컴한 것을 들 수 있다.
수년 전 국내에 소개된 ‘육포단’이란 중국영화가 있었는데, 포단은 이부자리를 뜻하므로 살로 된 이부자리는 페니스에 대한 침구, 즉 여성기를 의미한다.

중국인들은 살로 된 미닫이란 뜻의 ‘육병’이라는 말로 여성기를 표현하는 때가 많으며 독일인들이 상용하는, 여성기를 상징하는 ‘hutte’라는 말도 사실은 등산로에 설치된 어둡고 긴 간이막사를 지칭한다는 것을 보면 늘 겹겹이 싸여 있는 옷들 아래 가려진 그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이면 그 어느 것이나 성을 연상하게 만든다고 믿어진다.

헝가리 출신 학자 페렌치는 다음과 같이 수서동물(水棲動物:물속에서 사는 동물)의 생태로서 인간의 섹스가 습윤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간략하게 요약했다.
즉 수서동물의 생식욕은 대체로 암컷이 알을 물속에 낳고 수컷이 거기에 정액을 뿌리는 체외수정의 형태로 발현된다.

반면에 양서류·파충류·척추동물·포유동물의 경우에는 수컷이 암컷의 자궁에 정자를 주입하는 것으로 생식을 달성하는 체내수정의 방법으로 생식 사명을 성취한다.
이 둘은 서로 크게 다른 것 같지만 그 원리는 매한가지다.

진화도가 큰 고등동물일수록 물고기류 같은 생식방법으로는 세밀하고 정교한 신체조직을 만들 수가 없다.
모체의 태내에서 오랜 시일에 걸쳐 발육, 성장하므로 암놈의 몸 안에 바다와 비슷한 환경을 설정해 놓고 그 속에서 안전하게 수정의 메커니즘을 달성한다.
결국 섹스가 가지는 축축하고 끈적한 기분은 바로 이런 바다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






출처 : 남녀 열정 '축축함' 과 '뜨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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